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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의 도전 -- 아무도 가지 않은 길 / 한미글로벌E&C 박철 대표

2024-09-23 조회수 : 832


오타니 쇼헤이의 도전 --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가을이 되면 프로야구 팬들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성적이 좋은 팀의 팬들은 응원하는 팀의 포스트시즌 활약을 기대하며 정규리그의 최종 순위를 지켜보는 한편, 5위권 밖의 팀을 좋아하는 팬들은 실망 속에서 내년 시즌을 기대해 보게 됩니다. 2023년엔 1994년 우승이후 무려 29년 만에 우승을 한 엘지트윈스 덕에 엘지트윈스 팬들에게는 잊지 못할 즐거운 한 해였습니다. 올해는 기아타이거스의 팬들에게 기분 좋은 한 해가 되고 있습니다. 정규시즌이 9월말에 끝나면 10월에는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는데, 올해는 기아타이거스가 통합우승의 기세를 이어갈 지, 아니면 반전의 드라마를 쓸 기적의 팀이 우승을 하게 될 지 흥미로운 가을이 될 것입니다.

최근에는 야구장을 찾는 관객층에도 큰 변화가 있어, 2,30대의 젊은 세대의 팬들이 대폭 늘어나고 특히 여성팬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올해 처음으로 관객수 천만명 돌파가 확실 시 됩니다. 실제로 야구 중계를 시청해 보면 각 구단마다 특색 있는 응원문화와 수준이 높아진 관람문화 등으로 야구장을 찾는 것이 하나의 즐거운 문화컨텐츠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82년에 시작된 한국의 프로야구는 이제 약 40년이 되었으나, 이웃 나라 일본의 프로야구는 1936년에 시작되어 약 90년이 되었고 빅리그로 불리는 미국의 프로야구는 1903년 공식출범 후 121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120년이 넘는 빅리그에서 요즘 가장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현재 LA 다저스에서 활약하는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50-50 기록 달성 여부입니다. 야구에서 50-50은 한 시즌 50홈런, 50도루를 동시에 달성하는 기록을 의미합니다. 현재 이 기록은 전 세계에서 아무도 달성하지 못한 전인미답의 경지입니다. 물론 50 홈런이나 50도루를 각각 기록한 선수는 많지만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아직 없었습니다.

94년생으로 올해 30세인 오타니 선수는 193cm 95kg의 체격에 인물도 좋아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으로 불리는 부러운 외모가 우선 돋보이지만, 야구선수로서의 재능 만이 아니라 그런 성장을 이루어 낸 인간 오타니의 면모가 더욱 돋보이는 인물입니다.

이도류(二刀流) 오타니

‘이도류’는 일본 검술의 전설적인 존재인 미야모토 무사시가 시작했다고 알려진 기술로, 양손에 하나씩, 2개의 칼을 들고 싸우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두 개의 칼을 이용한다면 유리할 것 같지만, 동시에 칼 2개를 쓰는 기술을 익히며 실전에서 사용하는 건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하며 실제 일정 수준 이상의 대결에서는 절대로 ‘일도류’를 이길 수 없다고도 합니다. 과거 사무라이들의 대결에서 ‘이도류’가 쉽지 않았던 것처럼, 현대 프로야구에서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이도류’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2012년 12월 오타니가 ‘이도류’에 도전한다고 선언하자, 일본에서도 “프로야구를 얕보지 말라.”며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후 일본 프로야구에서 투수와 타자로 모두 성공한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2018년에도 일본에서는 통했을 지 몰라도 수준 높은 미국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타자와 투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오타니는 모든 부정적인 전망을 딛고 두 번(2021년,2023년)이나 메이저리그 MVP에 오르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23년 시즌에는 투수로서 23경기 등판 10승5패, 타자로서 135경기 타율 3할4리 44홈런 95타점의 기록으로 만장일치 MVP 수상을 하였습니다. 우투좌타-오른손으로 던지고 왼손으로 타격하는 오타니는 말 그대로 이도류의 전형입니다. 오타니는 원래 오른손잡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야구에서는 왼손 타격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인데, 이를 위해 왼손 타격을 몸에 익히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부단히 노력했다고 하는데, 얼마나 많은 훈련을 했을 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정말 만화에서나 나올 듯한 캐릭터가 현실에 나타난 듯합니다.

오타니의 만다라차트

일본의 경영 컨설턴트인 ‘마츠무라 야스오’의 목표관리 시트인 만다라차트는 오타니가 고등학교 1학년때 자신의 목표를 디테일하게 적어둔 것이 이슈가 되어 재조명되었습니다. 만다라차트의 원리는 3ⅹ3 형태의 아홉 칸을 만든 다음 한가운데에 핵심 목표를 적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세부 목표를 둘러싼 여덟 칸에 작성하는 것입니다. 오타니가 작성한 만다라차트는 최종 핵심 목표로 일본 8개 구단으로부터 드래프트 1순위 지명받는 것,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8가지 세부 목표는 몸만들기, 제구, 구위, 스피드 160km/h, 변화구, 운, 인간성, 멘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세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위 실천 항목을 역시 8가지로 구성하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오타니가 어려서부터 야구선수로서의 능력을 키우는 것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좋은 품성까지도 목표로 정해 꾸준히 실천했다는 점입니다. 인사하기, 쓰레기 줍기 등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대선수가 된 지금에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타니는 2023년 시즌이 종료된 후 일본의 약 2만개의 모든 초등학교에 야구 글러브 3개씩 총 6만개를 기부하면서 야구를 통해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미래에 함께 야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글러브의 가격은 약 6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대상 초등학교는 국공립, 사립 뿐만 아니라 특수학교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기부문화가 활발하지 않은 일본에서는 오타니의 글러브 6만개 기부는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오타니의 선한 영향력이 일본의 기부문화 확산에 마중물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타니는 야구 선수로서도 이도류의 길을 개척한 선구자이지만, 사회를 바꾸는 저명인사로도 손색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꽃길만 달려온 것 같은 오타니도 여러 번의 시련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왼쪽 다리 부상을 입었습니다. 다리를 벌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는데, 마운드에 오를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타자로만 출전이 가능했습니다. 그 해 겨울 오타니는 타격 연습에만 전념했는데 왼쪽 다리 부상 덕분에 오히려 훗날 이도류로 성공할 수 있는 타격 기량을 쌓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에도 운동선수라면 누구가 겪을 수 있는 각종 부상과 슬럼프에서도 오타니는 시련을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만드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4년도 투수로 활약할 수 없는 부상이 있었지만, 타자로 전념하면서 50-50의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과하게 반응하면서 좌절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도약시키는 시련으로 여길 것인지에 따라 그 결과가 너무도 다릅니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저마다의 시련을 마주합니다. 시련 없는 인생은 없겠지만, 그 시련을 대하는 자세 또한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오타니를 보면서 시련은 겪게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시련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우리가 하는 업환경도 최근에는 시련의 연속입니다. 어려움을 이겨 내야 하는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오타니의 자세는 배울 점이 있어 보입니다.

살다 보면 오타니처럼 두 개 이상의 칼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이들을 간혹 보게 되는데, 부러움과 함께 그들이 휘두르는 여러 개의 칼날 이면엔 얼마나 많은 노력이 숨어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세상 모든 이도류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오타니의 50-50 달성을 응원하면서 흥미롭게 지켜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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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