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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해결과 협력에 대한 탐구 - 이국헌 전무

2024-07-01 조회수 : 766


갈등 해결과 협력에 대한 탐구



배우 러셀 크로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 2001>는 미국의 천재 수학자인 존 내쉬(John Forbes Nash Jr.)의 삶을 다룬 작품입니다. 영화에서는 내쉬가 술집에서 가장 예쁜 여자를 놓고 친구들과 경쟁하던 중에 후일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이라 불리는 이론에 대한 영감을 얻는 장면이 나옵니다. “집단에 속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때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설명은 불완전해. 왜냐하면 최선의 결과는 집단에 속한 모든 사람이 자신뿐 아니라 집단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때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틀렸어.”라고 내쉬는 친구들에게 그의 아이디어를 얘기합니다.

 

내쉬는 게임이론의 하나인 균형이론을 주제로 22세에 박사학위 논문을 썼는데, 이 논문에서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의 개념을 창안하였고 이 이론이 경제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게 됩니다. 그의 이론 속에는 자신과 상대방이 어떻게 전략을 짜고 게임에 임해야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선택이 어떻게 상대방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상대방의 전략이 자신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감안해 최선의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과 그 결과에 주목했습니다. 고전 경제학 모델에서는 합리적인 개인, 즉 각 경제 주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 사회에도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했지만, 내쉬는 게임 상에서 자신과 상대방 모두를 고려한 전략만이 전체적인 이익의 증가를 가져온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내쉬 균형’은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에서 발전을 한 것입니다.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 이론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인데, 갈등 상황에서 최적의 전략을 찾는 문제를 다루며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어떻게 협력과 배신이 상호 작용하는지를 보여줍니다.

 

1949년 9월 3일, 미국의 기상 감시 비행기가 일본 상공에서 방사성 물질을 포집하였는데, 이는 소련이 핵폭탄을 개발했음을 암시하는 것이었고 미국이 가장 우려했던 뉴스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RAND 연구소에서는 소련의 핵폭탄 개발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만들기 위해 폰 노이만이 만든 게임 이론을 사용해 연구를 했고, 이 과정에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 탄생했습니다.

 

이 게임에서 두 참가자(죄수)는 각각 협력 또는 배신의 두 가지 선택을 가지는데, 선택(전략)에 따른 보상(판결)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상호 협력: 각각 3코인씩 받음 (둘 모두 묵비권을 행사하면 각각 1년형)

-      한 명이 협력하고 다른 한 명이 배신: 배신자는 5코인을 받고, 협력자는 아무 것도 못 받음 (폭로자는 석방, 묵비권 행사자는 10년형)

-      상호 배신: 각각 1코인씩 받음 (둘 모두 폭로를 하면 각각 5년형)

 

이 게임의 목표는 가능한 많은 코인을 얻는 것(형량을 최소화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으로는 상대의 선택에 관계없이 개인의 보상이 최대화되는 최적의 전략으로 ‘배신’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선택의 결과인 상호 배신은 상호 협력에 비해 나쁜 결과를 초래합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냉전 기간 동안 이 게임과 유사한 역학 관계로 인해 미국과 소련이 대규모로 핵무기를 구축하게 됩니다. 핵무기 제한을 위해 협력하기보다는 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게 되어 과도한 지출과 실질적인 이익 없이 위험이 확대되었습니다.

 

한편,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한번만 수행하면 참가자들이 항상 배신을 선택하게 되고 이는 모두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되지만, 반복적인 ‘죄수의 딜레마’ 시나리오에서는 미래의 상호 작용 가능성이 선택(전략)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1980년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Robert Axelrod)는 반복되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최적의 전략을 판단하기 위해 컴퓨터 토너먼트를 조직하고 이를 시행해 보았습니다.

 

그는 다양한 게임 이론가들과 본인이 제출한 총 15개의 전략을 가지고 각 전략이 200 라운드 동안 다른 전략과 대결을 하도록 컴퓨터 토너먼트를 진행했습니다. 각 전략이 14번의 대결을 통해 얻은 보상의 합이 가장 큰 전략 즉, 가장 성공적인 전략은 ‘Tit for Tat’ 이었는데, 이 전략은 ‘협력으로 시작하고 이후에는 상대방의 행동을 따라 하는 아주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성공적인 전략들을 분석하여 다음의 4가지 공통되는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Niceness (친절함): 먼저 배신하지 않음

-      Forgiveness (용서): 보복은 하지만 원한을 오래 품지 않음

-      Retaliation (보복): 배신에 즉각 대응하여 이용당하지 않도록 함

-      Clarity (명료함):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구축하기 위한 투명함

 

액설로드의 발견은 생물학에서 국제 관계에 이르기까지 ‘협력’을 이해하는 데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부당한 이용에 대해서는 보복을 유지하면서 상호 이익을 촉진하는 전략은 안정적이고 협력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합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미국과 소련이 1980년대 후반부터 점차적으로 핵무기를 단계적으로 소량씩 감축하고 각 단계를 상호 검증함으로써 협력적인 핵무기 감축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반복적인 딜레마 해결을 통한 신뢰 구축의 실제 사례입니다.

 

반복적인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 대한 연구는 ‘협력을 증진하는 데 있어 전략적 고려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Tit for Tat’과 같은 단순한 전략을 통한 협력과 그 진화의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복잡한 현실 세계의 상호작용 속에서 의사결정을 위한 기본 원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의대 증원 같은 문제도 갈등의 당사자들이 위와 같은 전략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해결 방안이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국가 차원의 사회적 갈등 이슈뿐만 아니라 우리가 수행하는 프로젝트의 이해관계자 간에 발생하는 갈등 이슈도 상호 이익이 되는 해결 방안을 찾는데 ‘Tit for Tat’과 같은 전략이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 곧 장마와 함께 무더위가 시작됩니다. 모두들 무탈하고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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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면’

 

움직이지 않아도

태양이 우리를 못 견디게 만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서로 더욱 뜨겁게 사랑하며

기쁨으로 타오르는

작은 햇덩이가 되자고 했지?

 

산에 오르지 않아도

신록의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묵묵히 기도하며

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워주는

한 그루 나무가 되자고 했지?

 

바다에 나가지 않아도

파도 소리가 마음을 흔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탁 트인 희망과 용서로

매일을 출렁이는 작은 바다가 되자고 했지?

 

여름을 좋아해서 여름을 닮아가는

나의 초록빛 친구야

멀리 떠나지 않고서도 삶을 즐기는 법을

너는 알고 있구나

너의 싱싱한 기쁨으로

나를 더욱 살고 싶게 만드는

그윽한 눈빛의 고마운 친구야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