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활동

Speech

권두언 ` 카테라의 도전과 실패`

2024-06-25 조회수 : 353


 과거 양적 압축 성장 시대에 한국 경제의 고성장을 견인했던 건설 산업은 최근 반도체나 배터리, 자동차와 같은 산업에 한국 경제의 대표 주자로서의 지위를 넘겨주고 지금은 시대의 발전에 발맞추지 못하고 뒤떨어진 대표적 산업 분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특히 제4차 산업 혁명과 AI의 시대를 맞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혁신적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지만 건설 산업에서는 눈에 띄는 혁신적 성과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건설 산업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습니다. 제조업과는 달리 현장 생산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기인하는 변동성의 문제, 고유성을 위시한 프로젝트의 속성으로 인한 학습효과의 미흡, 다양한 하도급 관계로 인한 복잡한 공급 사슬의 구성과 이 과정에서 복수의 이해관계자들의 이해 상충으로 인한 거래 비용의 과다 발생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건축물은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담는 그릇이라는 측면에서 건설 산업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보수성 또한 근본적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카테라(Katerra)는 건설 산업의 혁신을 지체시키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하여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건설 산업에 근본적인 혁신을 가져오겠다는 과감한 포부를 가지고 출범한 회사입니다. 우선 건설 산업의 현장 생산 방식을 제조업의 공장 생산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이전의 사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학습효과를 극대화하여 지속적 발전의 단초를 마련하고자 하였습니다. 나아가 설계, 제조 및 공급 사슬 관리에 걸쳐 사업의 전 과정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면서도 품질과 생산의 효율성을 증대하고자 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복잡한 하도급 관계를 벗어나 카테라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일괄 생산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얻고자 하였습니다.

이러한 근본적 혁신을 통해 카테라는 건설 부문의 테슬라나 아마존이 되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자 하는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카테라는 사업 출범 이후 급격한 성장을 구가하였으며, 건설 산업에 대한 근본적 혁신의 잠재력을 인정받아 소프트뱅크(SoftBank)를 비롯한 여러 대형 투자자로부터의 대규모의 투자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카테라의 성공의 이면에는 그림자도 함께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카테라를 창업한 경영진 중에 건설 산업에 몸담은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존 건설 산업의 타성에 젖지 않은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이로 인해 발생한 새로운 문제점도 함께 대두되었습니다. 회사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부작용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결국 여러 문제가 겹쳐 카테라는 2021년에 사업을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카테라의 실패 이후 건설 산업에서는 근본적 혁신이 거의 불가하다는 회의적이고 결과론적인 시각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카테라의 눈부신 성장과 그 이면의 문제점들, 그리고 이로 인한 실패의 과정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탐구함으로써 건설 산업이 향후 나아가야 할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테라가 주목받고 성공을 거둔 요인은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실패의 요인 또한 정확히 파악하고 평가해야 이후 건설 산업의 혁신을 견인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산업의 전통적 방식을 혁신하려는 시도는 충분한 시장 이해와 점진적인 변화 통해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접근법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기존 건설 산업의 가지고 있는 문제에 언제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완벽한 해답은 아님을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카테라의 도전은 끝내 아쉽게 막을 내렸지만, 카테라가 건설 산업에 던진 메시지의 생명력은 아직 살아 숨쉬고 있다고 믿습니다. 카테라의 발자취를 다시 살펴봄으로써 장점은 흡수하고 활용하여 더욱 발전시키고, 아쉬운 점은 보완하고 개선하여 건설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혁신적인 건설 기업이 탄생하는 데에 이 책이 일조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24년 6월 


한미글로벌 회장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