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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로부터 배우는 혁신과 자기관리

2025-08-11 조회수 : 753

 구성원 여러분


경영지원팀 이정복 이사의 단상을 등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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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로부터 배우는 혁신과 자기관리


제가 대학교를 다니던 IMF 이전의 20세기말은 상당히 풍요로운 시대였습니다. 제선배들은 2점대 초반 학점으로도 무난하게 대기업이나 금융회사에 취직할 수 있던 시기였고, 또 그렇다고 제 또래는 데모나 학생운동을 하던 세대도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가끔 학교 앞에 전투경찰들이 투입되고 학생증을 검사당하곤 하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대학생들은 학교나 도서관보다는 보통 학교 ‘앞’이나 강남 유흥가에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습니다. 당시에는 그렇게 젊음을 소비해버리는 것을 젊음의 미덕으로 착각하던 젊은이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최소한 제 주변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소비향락적인 문화나 세태와는 어울리지 않게 젊은이들에게 힙한 것으로 간주되던 이질적인 문화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이었습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나 ‘상실의 시대(원제는 노르웨이의 숲인데 당시 제목은 상실의 시대로, 우리회사 미니도서관에도 비치되어 있던 책입니다.)’ 를 읽는 것은 지금으로 보면 신작 마블영화(요새는 폼이 크게 떨어져 욕을 먹고 있으니 엔드게임 이전까지의 마블영화 기준으로 하겠습니다)를 보는 것이나 최신 케이팝을 듣는 것과 같이 이 책들을 꼭 읽지 않으면 트렌드에 뒤떨어지고 남들과 대화가 되지 않는 느낌마저 줄 수 있을만큼 핫했던 문화적 현상이었습니다.

하루키 문학은 당시에도 훼예포폄의 중심에 있었는데, 서구 대중문화에 대한 찬양에 불과하다는 폄훼(이건 너무 가혹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몽환적인 분위기, 간결하면서도 멋진 문장, 다소 소극적이고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사는 염세적이고 시니컬한 주인공이 겪는 큰 상실과 이에 대한 의지적인 치유의 과정 등에서 전해오는 가볍지 않은 메시지, 그리고 독특한 이야기 전개 방식 등에 대한 센세이셔널한 반향이 공존했었습니다. 사실 20대 초반이었던 제게는 힙한(최소한 당시에는 그렇게 여겨졌던) 서구 대중문화에 대한 동경(하루키 작품에는 주인공이 재즈나 락, 위스키 등을 비롯한 서구 문화를 즐기는 씬이 자주 등장합니다.)으로 더 끌렸던 점은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이따금씩 치즈버거로 해장을 하는 건 하루키 소설의 영향이 없지 않습니다.

아무튼 어릴때는 노느라, 또 사회인이 되고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꽤 오랜 기간 책을 멀리했었지만 하루키 신간만은 꼭 나오자마자 구입했었습니다. (물론 이중에는 아직까지 다 읽지 못한 책도 있습니다.)  

하루키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해변의 카프카라는 소설로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2명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챕터별로 번갈아 전개되다가 최종 장 근처에 이르러서야 서로 하나로 연결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무릎을 탁 치게 만듭니다. 이는 과거 다른 작가의 소설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하루키만의 독특한 전개 방식입니다.

길게 하루키 문학을 찬양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하루키의 에세이에서도 언급되지만 누구나 한 작품 정도는 써낼수 있지만 수십년간 꾸준하게 좋은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은 어렵다고 합니다. 하루키는 노벨상 후보로도 매년 거론될 만큼 수십년간 문학 씬에서 최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하루키가 오랜 세월 동안 최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고 문학가로서 이례적으로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생각해 보고 우리가 얻어갈 만한 시사점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첫번째로 하루키는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일상에서 유니크한 요소를 발견해 내고 이를 통해 독창적인 관점에서의 스토리를 전개해 내는 것으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도 매번 똑같이 틀에 박힌 방식으로 업무를 해오거나, 어떠한 현상에 대해 매번 똑같은 방식과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반문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인가, 이것이 최선인가, 놓치고 있는 것이 없는가 하는 반문과 또다른 해법의 시도는 혁신과 발전의 초석이 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유발 하라리는 대항해시대 이후 서양 문명이 동양을 앞지를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농업혁명 이후 중세에 이르기까지의 인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더 알아가려고 하지 않고 의레 해오던 것을 계속 해오는 데에 그쳤을 뿐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도 지금껏 해오던 방식에서 의문을 품고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해법을 찾는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이러한 의문과 개선점 모색이야말로 혁신과 성장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두번째로 하루키는 수십년간 정해진 루틴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켜온 삶의 방식으로 아주 유명합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집필 활동을 하고, 장거리 달리기나 수영으로 심신을 단련하고(하루키는 달리기에 대한 에세이도 써낸 적이 있을 정도로 달리기 애호가입니다.) 이후 식사 및 독서, 음악감상을 하고 저녁에도 일찍 잠자리에 드는 루틴을 수십년째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루키는 소설을 쓰는 일이 마라톤과 같이 고도의 체력과 집중력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 매일 같은 시간에 일정량의 작업과 유산소 운동을 반복함으로써 의식 깊은 곳까지의 에너지를 구축한다고 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철저한 자기관리와 루틴 구축은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실질적인 자기관리 지침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경험 산업에 속하는 우리 PM 비즈니스는 꾸준하고 일정한 업무 루틴(사고의 루틴을 말하는 것이 아님은 거듭 말씀드립니다)을 지켜나가는 것, 주어진 과업의 단위를 분할하여 각각 일정하게 정해진 시간에 수행해내는 것을 통해 업무의 수행 효율을 높이고, 수행과업의 절차적, 질적 완전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바람직한 루틴이 좋은 습관이 되어 지금보다 향상된 나의 일부를 이룬다면 이를 바탕으로 더 큰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질적인 퀀텀 점프의 초석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부터라도 매번 의레 하던 대로 해왔던 일, 매번 보던 것들로부터 한발짝 떨어져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 보고, 또한 나만의 좋은 루틴을 찾아 습관이 될 때까지 꾸준히 실천해 보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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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대한 감사

 

                                          정연복 


어제에 감사합니다
추억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에 감사합니다
지금 심장이 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일에 감사합니다
씨앗 같은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