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단상
프로정신(Professionalism)
성탄절이 곧 다가오고 올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평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소망과 기대를 가지고 을사년(乙巳年) 새로운 해를 디자인해야 하는 시즌에 온 국민이 혼란 속에 빠져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우리 모두 이성을 잃지 말고 각자 처한 자리에서 가족들을 잘 보살피면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회사의 금년 사업은 국내외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모든 구성원들의 열정적인 노력의 결과, 목표 대비 다소 부진한 면은 있으나 전년과 비교해 볼 때 의미 있는 성장을 하였습니다. 구성원 모든 분들의 수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며칠 전, 조직 개편과 함께 일부 신규 조직장을 선임했고 임원, 이사 승진 발표가 있었습니다. 매년 있는 변화이지만 기대했던 결과를 얻은 구성원이 있는 반면에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을 가진 구성원도 있을 것입니다.
회사는 능력과 성과를 참작해 공정한 인사 기준에 따라 평가를 한 것이지만 결과에 따른 감정의 희비는 다양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심기일전하여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도전에 박차를 가하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인들 모두 스포츠에 열광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종목에서 개인기가 뛰어난 프로 선수들 때문에 스포츠의 열기는 더욱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프로 정신은 자신이 맡은 일에, 해야 할 것에 최선을 다하는 정신, 즉 장인 정신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기업에도 이러한 프로 정신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 회사가 주력으로 수행하는 사업인 건설사업관리, 부동산 개발, 건축 시공, 환경 컨설팅도 프로 정신을 요구하는 전문성이 매우 강한 업역입니다. 높은 수준의 프로 정신을 보여줄 때 팬들을 스포츠에 열광하도록 만드는 프로선수처럼 우리도 열성적인 고객을 만드는 프로기업이 될 것입니다.
경제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에는 호재도 있고 악재도 있는데 악재보다 더 피하고 싶은 건 ‘불확실성’입니다. 경제는 ‘불확실성’을 매우 싫어합니다. 호재건 악재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영향력은 사라지지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은 지속적으로 남아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야기시키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 최근 대한민국을 뒤흔든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의 여파로 금융시장은 또 다시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그 여파로 국가 신인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소폭 반등했다가 안정됐지만 불안감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앞으로 금융시장의 단기 충격은 점차 진정되겠지만 문제는 정국 불안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폭입니다. 정치 불안으로 파생되는 모든 시장의 불안과 혼선을 언제 잠재울 수 있을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사태가 발발하기 전부터 이미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엄혹한 상황입니다.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 구조개혁 미진, 성장 동력 부재 등이 겹쳐 성장률 전망치는 갈수록 하락하고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왔던 수출은 증가세가 점점 둔화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갈수록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초입 국면과 닮아 간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마당입니다. 게다가 내년 초 출범할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고율 관세 부과를 무기 삼아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까지 옥죄며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있습니다. 이처럼 격변하는 대내외 여건 속에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고 안정적인 경제 성장의 궤도를 찾아갈 신속하고 긴밀한 대응이
우리 기업인들에게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기업 현장에서 생존을 위해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프로 정신입니다. 이것을 아마츄어(Amateur)와 비교해 보면 그 필요성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아마츄어는 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지기는 하지만 프로에 비해 전문적인 훈련이나 경험이 부족하고 그 분야에서 생계를 의존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책임감도 약하고 성과에 대한 압박도 적기 때문에 결과보다는 과정이나 즐거움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반면, 프로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그 분야에서 권위와 신뢰를 얻고 그 노력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가지고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부담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도전과 모험에 굴하지 않고 공동체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행동합니다. 기업은 프로의 경험과 능력 덕분에 신뢰할 수 있는 성과를 기대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습니다.
프로는 다양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문제들에 대해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전문가입니다. 특별히 위기에 대처하는 리스크 관리는 프로의 필수 능력이며 기업의 중요한 결정에 있어 프로의 의견과 판단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최근 세계 철강 산업의 처절한 경쟁 상황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여러 번에 걸쳐 제철 공장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포스코를 보면서 제철 보국을 외치며 사심 없이 포스코를 세계 일류의 철강 회사로 키우셨던 ‘박태준’ 회장님의 프로 정신을 되새겨 봅니다.
또한 AI 시대의 도래를 간과하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 개발을 오판하여 잠시라도 반도체 세계 일등의 자리를 내어주고만 삼성전자를 보며,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당당하게 외치며 한국 최고의 기업을 일구어 내신 ‘이건희’ 회장님의 장인 정신을 생각해 봅니다.
새삼 기업인으로 철저한 프로 정신을 품고 실천하셨던 그분들의 삶이 고귀해 보입니다.
프로가 간과해서는 안 될 대표적인 한 가지 사례를 살펴봅니다.
영원불변할 것 같이 세계 1등을 유지했던 회사가 갑작스럽게 심각한 위기를 맞기도 합니다. ‘노키아’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러한 ‘노키아’가 망했습니다. 경영진은 자신들의 전략적 역할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외부 환경의 변화를 인지하고 그것을 회사 전략에 반영하고 중간관리자와 개발 엔지니어들이 그 전략을 실행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키아는 위협-경직성 효과에 노출되어 실패했다고 판단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위협-경직성 효과가 나타났는지 분석해 보면,
첫째, 단기 관점에만 집착했습니다. 노키아 경영진은 구글, 애플 등의 소프트웨어 변화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회사가 심각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초조감, 그로 인한 외부 투자자들의 압박에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고, 그럴수록 더욱 단기적인 매출과 수익에만 매달렸습니다.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관점을 상실하고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하는 우를 범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좁은 시야와 막힌 소통이었습니다.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의 환경적 변화를 오직 경영진만이 판단하고 결정했습니다. 각 사업 부문의 경영진을 중심으로 수직적인 소통만 있었습니다. 혁신을 위해서는 수평적으로 부문 간 소통이 중요한데 경영진은 지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는지의 여부만 주목했습니다. 위기, 혁신 과정에 대처하는 프로 정신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지식 노동자’라는 말을 만든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그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인구혁명을 꼽았습니다. 미숙련 육체노동자가 ‘지식 노동자’로 바뀌는 질적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19세기 초중반까지 기업의 성공 요인은 원가절감이었습니다. 20세기 들어서는 전략이 중요했고 그다음에는 지식이 성패를 좌우하게 됐습니다. 지식을 작업 도구와 제조공정에 적용하는 산업혁명, 지식을 일에 적용하는 생산성 혁명을 넘어 이제는 지식을 지식에 적용하는 경영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오늘 확실했던 지식이 내일이면 어리석은 것이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리더는 언제나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모든 조직은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변화를 향해 준비돼야 합니다.
우리와 같은 지식 노동자는 아이디어와 개념을 생산해야 합니다. 자신의 강점을 인지하고 자신이 공헌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스스로 가르치고 스스로 배워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지식 노동자의 프로 정신입니다.
우리 모두 숨 가쁘게 한 해를 달려왔습니다. 그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올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회사 동료, 가족들과 행복을 나누는 시간 보내시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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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엽서
이해인
하늘에서 별똥별 한 개가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번 스쳐가듯
빨리 왔던 시간들은 빨리도 지나가지요
나이 들수록 시간은 더 빨리 간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어서 잊을 것은 잊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습니다
목숨까지도 떨어지기 전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뜨겁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충실히 살다 보면
첫 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항상 우리 길을 밝혀 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