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단상
모짜르트와 손오공(드래곤볼)으로부터 배우는 자기혁신
저희 할머니는 클래식을 아주 좋아하던 분이셨는데, ‘83년도에 할머니 손 잡고 영화 아마데우스(톰 헐스 주연)를 보러 명보극장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당연히 영화의 선택은 저의 자유의지는 아니었고 당시 제 취향은 우뢰매나 태권V 쪽이었습니다. 영화 초반부 유쾌하면서 재능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모짜르트가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궁핍하고 쇠약해져 결국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후반부의 어둡고 음습한 연출과 어우러져 8살 꼬마가 받아들이기엔 큰 충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튼 모짜르트를 질투하는 살리에르의 시점으로 표현된 이 유명한 영화는 친구들과 내기 같은 걸 하거나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자주 소재로 인용되었습니다. 대충 이런 식의 패턴입니다. 당구 같은 걸 치거나 PC게임을 하면서 자신은 모짜르트에 비유하고, 상대방은 살리에르에 빗대어 조롱하는 식입니다.
이런 식의 비유로 또 자주 등장하던 캐릭터가(이번에는 실존인물이 아닌 가공의 캐릭터입니다) 드래곤볼(장르는 SF, 판타지, 액션의 혼합으로 요새 주류를 이루는 ‘원나블’로 대표되는 그래픽노블 장르의 원형에 해당)이라는 만화의 주인공 손오공과 라이벌 베지터입니다. 달이 뜨면 거대한 원숭이로 변하는 외계인(샤이어인)으로 설정된 주인공 손오공(사실 원숭이로 변하는 주인공, 주인공의 손오공이라는 이름, 작중 초반에 등장하는 근두운과 여의봉, 그리고 우마왕 등 일부 요소는 서유기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입니다.)과 베지터는 생사를 걸고 싸우는 큰 적으로 만났다가, 나중에는 동료이자 라이벌이 되는데 작품 내내 베지터는 아무리 노력해도 손오공을 넘지 못하고, 결국에는 손오공을 인정하고 지지하게 됩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위의 모짜르트-살리에르 농담에서의 패턴과 유사하게 자신은 손오공으로 비유하고, 상대방은 베지터로 빗대어 조롱하는 농담의 소재로 이 두 캐릭터도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이렇게 길게 모짜르트와 드래곤볼에 대해 말씀을 드린 것은, 친구들끼리의 농담 소재로 사용된다는 것 외에 위대한 작곡가이자 음악가인 모짜르트와 드래곤볼 만화의 캐릭터 손오공 사이의 공통 분모로 한 가지를 더 꼽고 그에 대해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은 바로 그들 모두 타고난 재능과 압도적인 실력에도 불구, 지속적으로 자기혁신의 노력을 경주해 왔다는 것입니다.
모짜르트는 많은 작품활동에서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하던 음악가로 유명한데, 이 중 코지판투테 작곡과 둘러싼 일화를 잠시 소개하겠습니다.
코지판투테(Cosi’fan tutte)는 오페르 부파(희극오페라) 장르로, 제목인 코지판투테는 ‘모두 다 그렇게 한다(담긴 뉘앙스로는 ‘여자는 다 그렇게 행동한다’는 의미)’는 뜻입니다. 이 작품은 주세페 디폰테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등에서도 모짜르트와 협업)가 대본가로 참여하였으며, 모짜르트의 오페라 중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아름다운 아리아와 풍자적 줄거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코지판투테가 작곡될 당시, 모짜르트는 경제적으로도, 작품의 흥행 측면에서도 큰 압박감에 시달리던 상황이었습니다. 이 코지판투테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모짜르트가 이탈리아 희극 오페라 장르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 기존 오페라 형식을 넘어 독창적인 스타일을 도입하려 했던 노력과 혁신의 결과물입니다. 그는 자신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혁신했으며, 이를 통해 오페라 역사에 새로운 길을 열었습니다.
코지판투테 완성 후 모짜르트는 코지판투테의 리허설을 겸한 조촐한 음악회에 하이든과 푸흐베르크 등 몇몇 친구들을 초대하였는데, 하이든은 리허설이 끝난 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 듣기 좋으라고 간혹 나를 천재라고 하지만, 모짜르트, 자네는 종종 실수를 하는 천재를 넘어 이미 완벽의 경지에 도달했어”
아인슈타인은 “모짜르트가 우리와 같은 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우리는 인류에 대해 절망할 수가 없다.”는 말로 그를 칭송하였습니다. 많은 작품에서 자기자신의 한계를 깨는 시도와 도전으로 모짜르트는 가히 음악계의 GOAT(Greatest Of All Time)라고 불릴 만한데, 이는 끊임없는 자기 혁신 노력과 새로운 시도의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드래곤볼의 손오공의 자기 혁신과 부단한 노력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유명 그래픽노블의 줄거리는 주인공인 손오공이 강한 적을 만나서 어려움을 겪지만 지치지 않는 불굴의 노력과 자기혁신으로 결국 그 강한 적을 뛰어넘는 힘과 기술, 그리고 조력자를 얻어 상대를 물리치고 지구를 구한다는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 단순한 구조입니다.(요새 기준으로는 가장 흔한 플롯이지만 당시로서는 센세이셔널한 구성이었습니다.)
작중 손오공의 크고 굵직한 적들은 순서대로 나열하면 무천도사, 피콜로, 베지터, 후리자, 셀, 마인부우 등인데 피콜로 에피소드 이후로 손오공은 사실상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피콜로 이후의 스토리를 드래곤볼 Z로 별도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후 베지터, 후리자, 셀, 마인부우 등 더욱 강력한 적들을 만나면서, 자기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여 (계왕별에서의 수련, 중력 100배 수련,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의 수련 등) 초샤이어인 1,2,3 으로의 변신 등 한계에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기술과 힘을 손에 넣어 결국 강력한 상대를 물리치게 됩니다. 이러한 성장의 원동력은 강한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려는 창의적인 자기 혁신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짜르트와 손오공의 자기 혁신과 새로운 시도는 우리 조직에 적용해도 유용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회사도, 구성원 개인도 스스로의 한계를 설정하거나 어떠한 틀 속에 자기 자신을 가두거나, 계속적으로 닥쳐오는 도전이 두려워 이를 회피하거나 현실에 안주하거나 하지 말고 끊임없는 창의적 자기혁신을 통해 도전을 극복하고 그 과정을 즐기고 스스로 성장하며 이러한 성장 과정에 희열을 느끼면서 지속적인 자기혁신과 성장을 지속해 나가는 선순환을 이뤄내야 할 것입니다.
비단 비즈니스 환경에서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알 수 있듯이 어려운 매크로 상황이나 강력한 경쟁자 등은 으레 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업계 최고를 유지해온 우리 회사와 그 구성원인 우리 한미인들도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도전을 즐기며 창의적인 시도와 자기혁신을 부단하게 지속해 나간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독보적인 실력을 갖춘 모짜르트나 손오공과 같은 GOAT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끝으로 주제에서 벗어나지만 드래곤볼의 작화자인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님이 올해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청소년기의 소중한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제 또래 분들은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맺음말을 대신하겠습니다.(R.I.P.)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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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 하자
나태주
오늘도 해가 떴으니
좋은 날 하자
오늘도 꽃이 피고
꽃 위로 바람이 지나고
그렇지. 새들도 울어주니
좋은 날 하자
더구나 멀리 네가 있으니
더욱 좋은 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