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단상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점이나 좋아하는 글귀를 옮겨 보았습니다. 여러분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곳입니다.

2023-05-30

공채 구성원 출산 유감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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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 회사는 구성원의 2세 출산을 매우 중요한 회사 정책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17년 전 우리 회사가 공채로 신입 구성원을 뽑기 시작 때부터 4명의 자녀를 출산하겠다는 서약을 받은 후 입사를 허용해 왔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시대상을 반영하여 최소 2명은 출산하겠다는 서약을 받고 있는데 여전히 4자녀를 출산하겠다고 서약하는 신입 구성원이 다수 있습니다. 몇 년 전에도 CEO 단상을 통하여 이 문제를 거론하였고 당시 여성 구성원 한 명이 4명은 너무하고 3명으로 낮추자는 주장을 하여 다소 논쟁을 벌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구성원은 제가 잘 아는 구성원이라 주목하고 있었는데 현재까지 2명의 자녀를 출산한 것으로 알고 있고 회사 방침이었던 4명 대신 3명만 하자고 주장했던 자신의 생각이 변했는지 아니면 한 명의 자녀를 더 출산할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인사팀에 지시하여 전체 구성원과 공채 구성원의 출산율을 조사하고 있는데 공채를 제외한 구성원들의 출산율은 제법 높은데 상대적으로 다자녀 출산 서약을 하고 입사한 공채 출신은 매우 낮습니다. 아마도 젊은 세대들의 결혼·출산에 대한 시대상이 반영된 결과라 추측되는데 정확한 것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확실한 것은 공채 출신 젊은 구성원들이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결혼한다는 점입니다. 젊은 구성원이라도 결혼한 구성원은 출산율이 제법 되는데 결혼을 안 하니 자녀가 없는 것입니다.

 

2주 전 우리가 설립한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약칭 한미연)에서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세계적인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만(David Coleman) 명예교수를 초빙하여 두 번의 강연회와 기자 회견을 했습니다. 언론의 관심이 폭발적이었고 60여개 신문에 비중 있게 보도되었고 6개 신문 사설에 이분의 주장이 실렸고 TV 매체에도 여러 군데 보도되었습니다. 이분은 2006년 대한민국이 “지구상에 사라질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다.”라는 발언을 한 분으로 유명세를 탄 덕분이기도 합니다.

이분은 강의에서 매우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한국적인 것을 버려야” 된다는 말씀을 하셨고, 그 뜻은 과한 교육열과 과외 공부, 상호 치열한 경쟁, 많은 노동시간, 남녀 간의 차별 등을 거론했고 매우 의미 있는 지적은 ‘비혼 출산율’ 이었습니다. 서구에서는 합계 출산율이 1.6~1.7이 넘는 나라는 예외없이 비혼 출산율이 30%가 넘는데 한국은 매우 낮으므로(2% 수준) 한국에서도 비혼 출산과 다양한 가족 형태를 용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도 오래전부터 신문 칼럼 등에 비혼 출산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기 때문에 이분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우리 사회에서 비혼 출산에 대한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수년 전부터 미혼모, 미혼부 자녀와 입양자에 대해서도 결혼한 가정의 자녀와 동등하게 대우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한 건도 신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출산이 반드시 결혼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서구에서는 이미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서구에서는 결혼율이 40% 미만이며 동거 커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젊은 구성원에게 동거 가족이 되라고 강권하지는 못하지만 정식 결혼이 아닌 비혼 출산도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아직까지 사회적인 시선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할 과제가 있습니다만 우리 회사는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제가 중심이 되어 작년말 『한미연』을 설립한 것은 국가가 소멸되어 가고 있는 것을 미력하지만 막아보려는 의도입니다. 저출산·고령화로 대변되는 인구 문제는 저희 세대의 과제가 아니고 젊은 세대, 젊은 세대의 다음 세대의 문제입니다. 2060, 2070년이 되면 인구는 3,000만명대로 추락하고 부양 받을 사람이 부양할 사람보다 많아질 것이며 일할 사람 부족이 심각한 시대가 될 것이고 각종 연금은 파산 상태로 돌입하게 될 것입니다. 당장 국방을 담당한 병사 부족은 조만간 발등의 불이 될 것입니다.

 

우리 회사가 다자녀 출산을 서약하고 있는 것은 우리 회사만이라도 미래 인구 문제를 자각하고 출산의 Best Practice 회사가 되어 보자는 소박한 생각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다른 회사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를 주도한 저로서는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회사에서는 좀 더 강력한 출산 장려 정착을 바로 실시할 것이며 관련 부서에서 검토가 완료되었습니다. 요지는 다자녀 출산자에게는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줄 것입니다. 예를 들면 3자녀 출산하면 즉시 승진을 시키고 주택자금 등도 지원을 확대할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 보완은 결혼도 안 하고 출산도 안 하는 구성원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향후 10년 내 젊은 구성원의 출산율이 2.0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다양한 활동과 제도를 보완해 나갈 것이며 제가 은퇴하더라도 우리 회사가 가장 모범적인 출산 장려 회사로 자리 잡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보완해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젊은 구성원 여러분!

최소 2명 이상은 출산하도록 합시다. 자식을 키워 성장시키는 것은 인간으로 도리이며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 보람된 일이며 즐거움입니다. 젊은 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는 생각은 만용에 가깝습니다. 가정의 중요성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여러분의 후손에게 침몰하는 대한민국을 물려주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가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에 대한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 생각하고 한미연을 만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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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감사

                     이해인



엄마, 저는요
새해 첫 날
엄마가 저의 방에 걸어주신
고운 꽃달력을 볼 떄처럼
늘 희망과 설렘이 피어나는
그런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싶어요

첫눈이 많이 내린 날
다투었던 친구와 화해하고
손잡고 길을 가던 때처럼
늘 용서하고 용서받는
그런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싶어요.

엄마, 저는요
장독대를 손질하며 콧노래를 부르시고
꽃밭을 가꾸시며
종종 하늘을 올려다보시는
엄마의 그 모습처럼
늘 부지런하면서도 여유 있는
그런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싶어요.